편견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는 지난 3월 1일 신학기“한부모가정 아동지도지침”을 마련해 전국의 각 지역 교육청에 발송하였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는 지난해에도 한부모가정 차별금지 요청서를 전국의 교육청에 보내 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학교의 배려를 당부한 바 있다.
부모 이혼한 사람 손들어봐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가 이렇게 매년 협조공문을 보내는 것은 신학기마다 이어지는 한부모가정 아동 인권침해 때문이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가정조사 및 생활기록부 작성 등으로 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자주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 공개적으로“부모님, 이혼한 사람 손들어봐”, “수급자 손들어봐”,
“급식비 면제자 손들어봐”등의 질문을 들 수 있다. 황은숙 소장(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은 일선학교 선생님들의
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학기 초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하고,“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부모가정 이해교육> 또는 <한부모가정 반편견교육>을 재교육 차원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교사의 편견 심각해요
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배려 없는 사례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교사들의 태도이다. 황은숙 소장은 “교사들은 한부모가정에 대해 동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사별가정 아동은 불쌍하게 생각하고, 이혼가정 아동은 부모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녀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런 교사의 인식으로 한부모가정 아동은 좌절감을 느끼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초등학교 이난희(가명)교사는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토로한다. 이 선생은 “학기 초가 되면 교사들은
한부모가정 아동을 찾아 낼 수 있어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이죠. 한부모가정 아동은 옷도 더럽고, 세수도 잘 안 해요.
준비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죠.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이고요. 그런 아이들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에요.”라고 말한다.
교사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황은숙 소장은“한부모가정 아동들이 위축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한부모가정
아동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일부 어려움에 처한 한부모가정 아동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무시하거나 차별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어려움에 처한 아동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자이다. 말 잘 듣고 집안 좋은 아이들만 관심을 갖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무시한다면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겠는가?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도를
하는 것이 교사의 책무이다”라고 말한다.
양부모가정 중심 교육과정도 문제
이렇게 학교 현장에서 한부모가정 아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은 가족형태를 배려하지 않은 양부모가정 중심 교육과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유아교육기관과 초등, 중등학교의 가족과련 교육은 주로 양부모가정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묘사하고, 그 외
한부모가정을 비롯한 다양한 가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대체로 다루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학령기 또는 청소년기 아동들은
한부모가정을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인식하고 그런 가정에서 성장하는 친구들과는 교류를 꺼리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황은숙 소장은“아동기와 청소년기는 또래집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이다.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양부모가정 중심으로 편중된 교육과정은 가족형태에 대한 우열을 느끼도록 하여 또래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황소장은 단적인 예로 한부모가정 아동의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자주 보고 되고 있고, 한부모가정이란 사실이 드러날까 봐 친구
사귀기를 꺼리는 아이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금년 대학에 입학했다는 김경철(가명) 한부모가정의 자녀는“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이 학교에 알려질까 봐 마음을 졸이며 살았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한부모가정을 마치 잘못된 가정처럼 말할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민됐다”고 말한다.“저는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한부모가정이 문제 있는 가정이라는 거예요. 그때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같이 흉을
봐야하나 고민되었어요.”라고 말한다.
김경철 님은“한부모가정 아동의 마음에는 저와 같은 생각이 드는 아이들이 많을 겁니다. 한부모가정이란 이유로 마음 상하지
않고 학교 다녔으면 좋겠어요. 가족의 형태가 다르다고 하여 다르게 취급받아서는 안 되잖아요. 차별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각 지역 교육청에 한부모가정 아동지도 지침 전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단체인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는 계속되는 피해사례를 접하면서 학교의 한부모가정 아동을
보호하고, 교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한부모가정 아동지도 지침”을 정하고, 이의 협조를 교육청에 구했다. 협조공문에
대한 교육청의 반응도 적극적이어서 교육청의 관련내용 문의도 많았고, 일부 장학사는 관내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협조
공문 파일 자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민간단체와 교육청 그리고 일선학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부모가정 아동을 복리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한부모가정을
비롯한 다양한 가정이 존중받는 사회가 속히 도래하리란 기대가 든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학교의 관심과 배려로 신학기를
맞이하는 한부모가정 아동의 학교생활은 더욱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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