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도 거울을 봐야 한다 (차길진)
공자에게 어느 날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린 사람이 찾아왔다. 공자가 말했다. “당신은 젊었을 때 잘못을 저질러 다리를 잘리게 된 걸세. 나를 찾아온다고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하며 꾸짖었다. 이에 그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그 벌로 다리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어떤 것이라도 덮어주며, 땅은 어떤 것이라도 그 위에 놓아주는 너그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선생님은 천지(天地)와도 같은 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의 과거에 대해 못마땅해 하시니 선생님도 도량이 좁으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가버렸다. 이에 공자는 탄식하며 아직도 자신이 모자람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공자가 세인들에게 성인(聖人)의 대우를 받아도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할 수는 없으니 본의 아니게 속 좁은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허물이라는 것이 장기판의 훈수처럼 남의 것은 더 잘 보이니 굳이 공자가 아니더라도 이를 지적할 수 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아 체면을 떨어뜨리면 자기는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줄 알고 은근히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칫 허물을 들추면 남의 원망을 사고 업을 쌓고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석가(釋迦)는 이런 말을 했다.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남의 잘못을 보고 남의 허물을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의 허물이다.”
‘다사모’에서 차를 마실 때, 한 분이 얼마 전 동창모임에 갔다가 모임중간에 나온 얘기를 하였다. 한 친구가 재미삼아 학창시절 들은 어느 친구의 실수를 들추어내 사람들 앞에서 큰 망신을 주었다고 한다. 망신당한 친구는 나름 바르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고성이 오가며 싸움이 벌어졌다. 친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사과하면 서로 웃고 넘어갈 일인데 끝까지 고집을 부리다 싸움이 되었다고 한다. 실수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지금 친구를 깎아 내려서 본인에게 무슨 득이 있는 지 알 수 없다며 나에게 푸념을 하였다.
남의 허물이 자기의 허물이 되듯이 세상만물이 나와 상관없어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 ‘최후의 만찬’의 예수를 그리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찾아낸 사람은 누가 봐도 아주 선한 사람이었다. 몇 년 후 마지막 남은 한 사람 유다를 그리기 위해 흉악한 사형수를 찾아갔을 때 과거 그가 그린 예수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인연의 줄이 있는 것이다.
속 좁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거울을 보아야 한다. 거울은 자기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허물까지도 보여준다. 그래서 당 태종이 죽기 전 태자에게 말했다. “동(銅)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바로 할 수 있고, 옛 일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이해득실을 알 수 있다.”거울을 통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 것이었지만 그것이 태종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으니 문제다.
크다고 하면 만물이 크지 않은 것이 없고, 작다고 하면 만물이 작지 않은 것이 없듯이, 허물을 따진다면 세상에 허물 아닌 것이 없다. 쓸데없이 들추지 말라. 업만 쌓일 뿐이다. 그리고 나하고 다르다고 분별(分別)하려해도 안 된다. 보이는 것이 허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마음을 열지 않아 도량이 좁다는 소리를 들었다. 세상만물이 모두 거울이니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면 문설주에 머리가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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