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herapy♥

그림으로 읽는 아이들의 마음

우야씨의 일상 2008. 1. 16. 23:40

그림으로 읽는 아이들의 마음

 

                                            아동·청소년·가족 상담센터 김 미 정

 

그림 그리기는 아동에게 있어 중요한 놀이 활동이자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돌 무렵의 유아들도 연필을 쥐어주면 무엇인가를 끄적거리며 즐거워한다. 이처럼 끄적거리던 활동은 점차 선과 점들, 그리고 실타래같이 엉킨 원모양의 낙서하기로 발전한다. 또한 근육 운동이 발달함에 따라 원과 도형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게 되고, 형태·공간·색에 대한 개념과 사고가 발달함에 따라 주변에서 관찰한 사람이나 사물,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아동의 그림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아동의 발달 수준-운동, 인지, 언어, 사고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아동이 즐겨 그리는 그림의 대상이나 내용이 무엇인지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아동의 흥미나 관심영역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동이 그린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아동의 내면세계가 그림에 자연스럽게 투영된다는 점이다. 아동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모두 표현할 만큼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자신의 속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림에는 아동들의 잠재된 감정이나 생각들이 드러난다. 이런 사실에 근거하여 그림은 심리를 진단하는 중요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이 그린 그림으로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임상가들조차 그림을 해석할 때에는 표준화된 심리검사의 결과를 함께 고려하며, 한두가지 특성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아동의 그림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관찰이 필요하다. 

아동의 그림을 해석할 때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두장의 그림 혹은 한두가지의 특징-특히 색채에 관해-을 가지고 아동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또한 그림 자체보다는 그림에 대한 아동의 설명이나 그림에 관해 나눈 대화의 내용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그림을 그린 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의 그림을 해석할 때는, 우선 그림을 그린 아동의 발달 수준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아 시기에는 나무를 그릴 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즐겨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이를 유아적인 욕구나 의존성이 강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그림을 해석할 때에는 그림을 그린 전후 상황이 어떠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싸운 직후에 전쟁하는 장면을 그렸다고 가정해 보자. 서로 싸우는 전쟁 장면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아동이 공격적인 욕구가 강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전쟁하는 장면을 그림으로써 친구들과 싸웠던 감정도 털어버리고 실제로 친구를 때리려던 욕구도 승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을 너무 분석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아이들의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아동이 그림을 그릴 때 아동에게 부모의 생각이나 느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성인과 아동은 지각이나 사고의 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아동의 발달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기대해선 안된다. 또한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에 대한 평가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보다는 결과에 초점에 둔 평가는 오히려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주어 아동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하게 하고 자신감을 잃게 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아동의 그림을 대할 때에는 아동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이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아동의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고무시키는 반응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동이 날아가는 새를 그렸다면 '새를 참 잘 그렸구나' 라고 말하기 보다는 '새가 하늘을 마음껏 날고 있구나. 새는 어디로 가고 있니? 혹은 새의 마음은 어떨까?' 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아동이 자유롭게 그릴 수 있고 그것을 즐긴다면 아동은 그 속에서 무한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