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문제행동
부모들이 자녀의 행동을 고집행동이라고 말하는데는 몇 가지의 편견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들의 이와 같은 생각을 곰곰히 살펴보면 사실과 달리 잘못된 편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요?"
"실제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요?"
아이는 어머니가 요구하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아이가 어머니의 말을 이해할 만큼 충분한 언어개념이 형성되어 있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자폐아동의 경우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때로 아동은 말을 하고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순응하는 것을 보면 말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의할 점은 지시 언어를 이해하고 순응한다고 해서 곧 말을 이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잘 훈련된 개"는 주인의 언어 지시에 따라 "순응하고 말을 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에 의한 기능언어를 획득한 것입니다. 기능언어란 요구에 내용에 따라 행동으로 순응하는 극히 제한된 기능을 가진 언어를 말합니다. 하지만,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없습니다. 단순히 지시에 따라 순응하는 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자폐아동들이 알고 있는 언어는 간단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능적인 언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왜 어머니가 그러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돼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교육과정을 통해 아동이 언어를 이해 할 수 있는 단계까지 향상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행동양식이 "습관" 또는 "고착"되어 버린 경우 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언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정상아동에게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강해서 모든 것을 아이 중심으로, 아이가 원하는 데로 키우는 과정에서 "나쁜 습관"을 몸에 익히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어머니의 말에 따라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 데로 하려는 "자기 중심적" 태도가 형성됩니다.
자폐아동이나 정상아동에서의 "나쁜 습관"이라는 것은 "사회적 규범적으로 잘못된 행동유형"을 말합니다. 많은 자폐아동을 가진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바람직한 사회적 태도를 교육하는 것보다 모든 환경과 여건을 자녀의 요구 데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자기 중심적"인 행동양식이 형성되고 "고집스러운 행동"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때 부모들은 자녀가 "문제행동"을 갖고 있다고 단정합니다. 그리고 문제행동이 "자폐증의 증상"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짓는 것입니다.
"고집행동"은 언어 이해의 부족에서 시작된다는 점과 교육이 전제되지 않는 부모의 지나친 "사랑과 애정"이 자녀로 하여금 "문제행동"을 지닌 아동을 만들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가 고집을 부리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기 보다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함을 상기해야 할것입니다.
■ 고집이 센 아이 ■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의 유별난 고집에 대해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웬 만하면, 그저 넘길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번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방도를 찾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집에서 고집을 부리면 야단이라도 쳐서 강압적으로 문제행동을 일시 통제할 수 있지만, 함께 외출 중이거나 또는 식당이나 남의 집에 가서 애측못하는 고집을 부릴 때 어머니로서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이때 대개의 어머니들이 주로 행동을 통제하는 처방은 안아서 자상한 말로 달래 주거나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준비해간 과자나 사탕 또는 초콜릿, 껌등을 아이에게 주어 그 대가로 어머니의 언어지시에 따르도록 유도합니다. 때로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항상 그럴 수도 없습니다.
자폐아동만이 고집을 부릴까요? 대부분의 일반 아동들도 심하게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 아동들은 상황과 때를 인식하고 부모의 권위적인 지시에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할 줄 안다는 점이 자폐아동과 다른 점입니다.
일반아동들은 언어지시에 행동통제가 잘 되는 반면에 자폐아동의 경우에는 행동통제가 잘 안돼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반 아동들은 부모가 요구하는 언어지시의 내용을 이해 하지만, 자폐아동의 경우 부모가 요구하는 언어지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부모가 요구하는 뜻과 통제하는 언어지시를 알지만, 원한다면 자신의 경험상 거센 고집으로 목적한바를 획득하거나 성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동의 유난스런 고집은 지나친 고집 행동이기 전에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언어를 통한 의사전달 보다도 체험적이고 충동적인 의사를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행동들이 마치 고집 행동으로 나타나 보입니다.
문제는 고집을 더 세어지도록 하는 대부분의 중재자는 다름 아닌 "어머니"자신일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지도할 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엄격한 교육"보다는 아이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의 불행에 대한 애처로움의 표현 - 안아서 달래주는 것. 자상하게 말로서 이해 시키려는 것, 또는 아동이 고집을 부리며 지나치게 울 때 오히려 아이에 대한 염려 - 이 객관적이고 엄격한 교육보다도 앞서게 됩니다. 이때 당연히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줄 알고 있지만, 엄마가 교육적으로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됩니다.
후에 아이의 행동상의 심각한 문제(고집)를 알고 야단도 치고 체벌도 해보지만, 이미 아이는 어머니의 연약한 마음을 대부분 읽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강압적으로 통제하거나 야단치는데 개의치 않게 됩니다. 고집으로 어머니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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