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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칠듯한 사랑에서 극도의 증오까지… 관계 중독증 원인·치료법

우야씨의 일상 2010. 2. 17. 21:54

미칠듯한 사랑에서 극도의 증오까지… 관계 중독증 원인·치료법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병이다

국민일보 | 입력 2010.01.17 17:41 | 수정 2010.01.18 10:15

 


직장인 이 모(29·여)씨는 지난 8년 동안 상대만 바뀌고 있을 뿐, 단 한 달도 남자친구 없이 지내본 적이 없다. 취업 준비생 최 모(27·남)씨도 주위에 가깝게 지내는 여자 친구가 많다. 현재 그는 3명의 여성과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실로 간단하다. 어느 누구와 헤어지더라도 크게 상처를 받지 않고, 아무도 안 만날 경우 왠지 허전하고 심심하며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삶의 의미를 '너'에서만 찾는 사람들이 있다. 대인 관계에서 특정인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다. 사귈 때는 하루라도 안 보면 미칠 것 같고, 결혼 후엔 배우자가 자신의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것을 잊을 경우 서운하다 못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식이다.

이른바 '관계' 중독자들 얘기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을 목표와 대상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특정인과의 관계에만 병적으로 몰두한다"고 설명했다.

◇관계 중독이란='나'는 없고 '너와 함께 있는 나'만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할 누군가를 찾는다는 점에서 '중독'이다.

이들은 친밀한 누군가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그에게만 촉각을 곤두세워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다. 남편 자녀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생활의 전부를 이루고, 그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그들을 돌보는 것으로 '나'란 존재의 의식체계를 채워버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계중독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정신질환이란 인식이 미미한 상태다. 이 교수는 "관계 중독이 그동안 희생과 봉사,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미화돼 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관계 중독자들은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더욱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때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린애같이, 때로는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격한 감정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극히 일부지만 애인의 변심이란 위기상황을 맞았을 때 '네가 없다면 나도 더 이상 없다'며 자살하는 경우도 일종의 관계 중독이 빚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 삶의 주인은 나=관계 중독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아 개념'이 서 있지 않아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고,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데도 비상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관계 중독이 대개 한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잘못된 자아 상실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고 변화시키지 않으면 그것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고통에서 헤어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는 치료의 첫걸음은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냉철하게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만으로도 '인지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관계 중독을 치료하는 두 번째 작업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즉 '나는 소중하고 아름답고 유일한 영적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대인관계에서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인과의 경계선을 확실히 긋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이 만큼이 내 책임이고 그 이상은 내 책임 밖의 일이다'라는 구분 속에, 일상생활 중 일어나는 각종 상황들을 균형 있게 느끼고 적당한 지점에서 소화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출처 : 「등대」
글쓴이 : 풍경하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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