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심리학 ◈

[스크랩]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우야씨의 일상 2008. 1. 25. 16:51
실패를 겪고 나서 스스로를 학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자기의 탄생 자체를 저주하는 이들도 있다. 뭐하러 태어나서 이런 험한 꼴을 보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생일 파티에서 친구들이 'Happy Birthday to you' 음악에 맞춰 "왜 태어났니~"같은 노래를 불러주는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산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건 자기모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단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고는 단순하다. 자기의 삶은 과거에도 힘들었고, 현재도 힘들며, 따라서 앞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다.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나의 탄생 자체가 '원초적 실패'였다, 등등. 이쯤 되면 그는 살아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왜 그토록 심한 자학에 빠져드는 것일까? 문제는 그들의 지나친 자기애에 있다. 애초에 자기의 존재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자기는 특별한 존재로서 뭔가 남다른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극심한 좌절과 자기모멸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를 향한 것이건 남을 향한 것이건 그릇된 사랑은 언제나 이런 식의 비극을 낳게 마련이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DJ가 이런 내용의 독자편지를 읽는걸 들은 적이 있다. 아내가 산통을 겪는 동안 분만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에서 '응애~'하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잠시 후 간호사가 나와서 득남을 알리더라는 것이다. 그 순간 그 청취자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아이고! 우리가 드디어 큰 일을 저질렀구나...."

이것이야말로 모든 탄생의 진실이다. 각자가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와는 별도로, 모든 인간은 사실은 남녀가 사랑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태어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태어난 후에는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탄생이나 존재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예기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따에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부모가 우릴 낳았기 때문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제 삶에 대해 객관적인, 그리고 때로는 관조적인 관찰이 가능해진다. 살다가 이런저런 고통을 겪을때, 현실이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로울 때 그 굴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어차피 공짜로 얻은 인생인데 약간 성공했다고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할 이유도 없고 한두 번 실패했다고 하늘이 무너지듯 슬퍼할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신으로부터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고 세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기왕에 태어났으니 가능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삶에 대해 이같은 여유와 관조를 지닐 수 있다면 '내 삶은 실패했으니 살 가치가 없다'는 식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빠져 들지 않을 것이다. 하나늘 실패하면 다른 하나에서 성공하면 되고, 이번에 실패했으면 다음에 성공하면 된다. 사르트르도 어느 책에선가 "인생은 입체적 곡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출처 : ♥open your mind ♥
글쓴이 : 행복도움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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