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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두에게 상처 주는 ‘자식편애’

우야씨의 일상 2011. 12. 11. 22:51

[한방 춘추]모두에게 상처 주는 ‘자식편애’

강용혁 | 마음자리 한의원장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부모가 자식들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막상 깨물었을 때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은 없을까?

공황장애로 내원한 여고생. 좁은 공간에 혼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다가 숨이 안 쉬어져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한다. 표면적으론 엄마의 말처럼 전학 뒤 성적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수차례 상담 결과 남동생과의 차별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이 근본 원인이었다.

편애한 기억이 없다는 엄마와, 늘 차별했다고 느끼는 딸의 인식 차는 컸다. 환자는 “엄마를 닮고 똑똑했던 남동생만 늘 예뻐했다”고 원망했다. 관심 받고 싶어 보채던 환자를 향해 엄마가 과자봉투를 던지며 좁은 창고에 들어가 벌을 서게 한 오랜 기억까지 떠올렸다. 엄마는 남동생만 안고 방으로 들어갔고, 그 뒤 들려 오는 웃음소리 또한 생생히 기억했다.

엄마의 기억엔 없지만 환자의 가슴속엔 응어리가 깊었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도 남동생의 특목고 진학이 결정될 무렵 처음 생겼다. 부모의 관심유발과 엄마에 대한 우회적 공격이다. 그동안 억눌렸던 응어리를 조금씩 해소한 뒤에야 증상이 사라졌다.

심한 불면증우울증으로 내원한 70대 할머니. “허리수술 뒤 체력이 떨어지면서 그냥 시작되었다”고 말하지만, 역시 자식편애가 숨겨진 원인이었다.

성공한 큰아들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작은 아들이 대신 모시는 상황이다. 불면증의 시작도 “성공했다는 큰아들이 왜 안 모시느냐”는 이웃 노인의 말에 울컥하여 크게 싸운 뒤부터다.

강력한 수면제로도 호전이 없는 불면증은 할머니의 큰아들에 대한 무의식적 애착 때문에 생겼다. 이를 우회적으로 해소한 뒤에야 병은 차도를 보였다.

‘반지 끼우는 손가락, 콧구멍 파는 손가락 따로 있다’는 말처럼, 늙어서도 받고 싶은 자식이 있는가하면, 늘 퍼주고 싶은 자식도 따로 있는 게 인지상정이다.

최근 미국에선 ‘부모 768명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의 70%, 어머니의 65%가 자녀를 편애한다’는 연구결과가 타임지를 통해 소개됐다.

부모 자녀간 유착이 훨씬 심한 국내 부모들이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 편애는 당사자 모두를 아프게 한다. 차별 받은 자녀는 자존감이 낮아져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기 쉽다. 편애 받은 자녀 역시 죄책감을 갖고, 사회진출 뒤 부모만큼 주위의 관심을 못 받으면 쉽게 좌절한다. 편애한 부모 역시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아들 딸, 맏아들과 다른 자녀간 편애가 심했다. 이런 차별은 줄었지만, 부모의 콤플렉스에 의한 차별은 진료실에서도 여전히 목격된다.

여고생 환자의 예는 명문대 출신인 아빠와 결혼한 엄마의 학력 콤플렉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자신을 꼭 닮은 자녀를 보는 편중된 시선도 존재한다. 때론 동정심으로 더 감싸기도 하고, 때론 부족한 특질을 더 증폭시켜 희생양으로 만든다. 자신의 콤플렉스가 자녀를 통해 관찰되면 더욱 못마땅하고 쉽게 화낸다. 또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않으면 배우자를 닮은 자식에게 부정적 투사가 이뤄진다.

자식편애는 모든 부모에게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그럴수록 ‘열 손가락 다 아프다’는 자기방어적 태도보다는, 편애하려는 마음을 항상 돌아보려는 노력이 최선이 아닐까싶다.


출처: 경향신문

출처 : 「등대」
글쓴이 : 풍경하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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