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좋은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 맑고, 밝고, 순수하다. 공부 잘하는 것,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 돈 많이 버는 것 등은 인간의 부가적 요소이다. 이러한 부가적 요소는 본질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을 때는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한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이, 세상을 등지려 하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 바로 본질적인 요소의 부재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밝음은 우리가 장미꽃을 보았을 때 더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 싶듯이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토한 오물을 피해서 가듯이 인간의 부정적인 면은 사람들을 피하게 만들어 사람의 에너지를 받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의 밝음은 아이를 부를 때 쉽게 알 수 있다. “지만아!” 하고 부를 때 “네”라고 밝은 음성으로 대답하고 밝은 몸짓을 보이면 아이가 긍정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렀을 때 대답을 하지 않거나 대답할 때 목소리가 침울하거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면 아이의 밝음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맑음이란 꼬임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속담에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맑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왜곡된 어른들의 모습을 많이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음 상태가 꼬이는 아이가 된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나 행동도 받아들이지 못해 ‘무슨 꿍꿍이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왜 그런 말을 하는데요?”라거나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요?”라고 반문하면서 마음의 꼬임을 보인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야단치려고 하면 그 순간 다른 아이들이 핸드폰을 꺼내 선생님의 야단치는 모습을 폭력으로 잡으려 한다는데 이는 우리 교육이 얼마나 인간 본질의 교육에서 멀어져 있는가를 표명해주고 있는 일면이다.
순수함이란 변명이나 거짓말로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본 적이 거의 없고 부모의 기대에 맞추어 살면 살수록 아이들은 거짓과 변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러한 아이들은 늘 불안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공간을 창조적 공간(creative space)으로 만들기 보다는 단지 불안을 해소시키려고만 하기 때문에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현대처럼 모두가 바쁜 사회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부모가 지켜줄 수가 없어 아이 스스로 혼자 있는 공간을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즉, 혼자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한 방식으로 놀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올 때 아이는 숨조차 쉬는 게 어려울 정도로 심리적인 불안과 우울로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에 대한 거부와 반항을 택하는 방식으로 비행과 품행문제를 표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결국 아이의 본질적인 요소를 찾아주기 보다는 공부문제의 해결을 최상의 해결로 본다. 그러나 아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요소를 먼저 갖추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리적으로 공부에 집착하는 부모는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한 양상의 부모는 자신이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자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로 성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이다. 다른 양상의 부모는 자신이 공부로 이만큼 성공했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면 절대로 성공한 사람에 끼어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적인 요소인 밝음, 맑음, 순수함을 갖추지 못하면 다른 아이에게 지지 않는 아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자신에게 지지 않는 아이는 될 수 없다. 인생을 살아 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인생에 문제가 되는 벽은 다른 사람에게 질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질 때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론적으로 충분히 좋은 부모는 받아들임의 과정을 통해서 자녀의 마음속에 애정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부모이고, 삶의 모습을 통해 자녀에게 좋은 교사가 되며, “다른 아이에게 지지마라.”가 아니라 “자신에게 지지마라.”고 가르칠 수 있는 부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좋은 부모 노릇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열린부모교육학회'
김영희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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