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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어유치원` 열풍 속 분당 엄마들 홀린 이곳

우야씨의 일상 2008. 12. 16. 10:34
"뛰어 놀며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발도르프 대안학교 개교 준비하는 엄마들
책 읽지 않고 듣기만…문자 배우기 전 소리 배워
경청능력·관찰력 등이 몰라보게 좋아져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학부형으로 만나 공부모임을 갖던 엄마들이 큰일을 냈다.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위해 초등 발도르프 대안학교를 세우기로 한 것. 1년 여의 여정끝에 드디어 내년 3월 학교 문을 열게 됐다. 모임을 이끌어온 전현선(44)씨는“발도르프 교육을 받으며유아기를 행복하게 보낸 아이들이초등학교에서도 같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엄마들이 뜻을 모았다”고 했다.

▲ 사진=이구희 객원기자
놀면서 스스로 성장하게 하는 발도르프 교육

이들은 성남시 분당에 있는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다. 영어유치원이 대세인 요즘‘발도르프 유치원’이라는 말이 낯선 엄마들도 많을 터. 발도르프 유치원은 유아들에게 일체의 인지교육을 하지 않고, 아이들의 생체리듬에 맞춰 생활을 자유롭게 열어주는‘발도르프 교육’을실천하는 곳을 말한다.그렇다고 해서 단순히‘공부 안 시키고 뛰어 놀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1919년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시작돼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발도르프 교육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적기교육을 실천해 튼튼한 몸과 정신을 갖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정윤(36)씨는“결혼 전에는 유아교육에 관심이 아주 많았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성급한 인지교육보다는 아이가 놀면서 스스로 성장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발도르프 유치원에 보냈다”고 밝혔다. 발도르프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리듬에 따르는 생활’이다. 발도르프 유치원의 일상은 매우 규칙적인 리듬에 따라 구성된다. 아침에 등원한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몸을 풀고, 다 같이 동그랗게모여서 노는 라이겐 놀이나 시 읽기 등을 하며 약간의 긴장감을 가졌다가 다시 바깥놀이를 하며 긴장을푸는 식으로 조화를 맞춰준다. 이렇게 리듬을 타는 생활이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전씨는“사람의 호흡에 들숨과 날숨이 있듯, 아이들의 생활도 리듬이 매우 중요하다”며“리듬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한 아이는 자랐을 때 산만함이 없고,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했다.발도르프 유치원에는 프로그램이따로 없다. 꼭 이뤄야 하는 학습목표도 없다. 교사가 이런저런 지시를 하지도 않는다.“ 유아기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운다”고 믿기 때문이다.교사는 일상생활에서 성실하고 진지한 생활태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교사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모방하면서 저절로 바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손성애(36)씨는“아이가 네 살 무렵,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힘들 때 발도르프 교육에서 해답을 찾았다”며“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만족스럽다”고 전
했다.


초등 3학년까지 문자교육 하지않아

이들이 가장 안타까워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이상 발도르프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졸업을 앞둔 7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뭉쳤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공부모임을 갖던 이들은 학교를 세우자는 의견에 금세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들이 학교를 만드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그런일이 가능하겠느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학교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용인시 모현면에서 아담한 창고 건물을 발견했다. 분당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안성맞춤이었다.


교육과정이나 교사진은 한국슈타이너교육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발도르프 교육은 교육법이 독특한 만큼 교사의 역할과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어를 배우더라도 3학년까지는문자(알파벳)를가르치지 않는다. 오로지언어로만 가르친다. 동화책도 읽지 않고‘듣게’한다.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아이들 중에는 남의 말을잘 경청하는 등 듣기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문자를 배울 때도 소리를 먼저 배운다‘. ㅅ’을 배운다면“스~”라는 발음부터 시작하는 식이다. 그런 다음 산 봉우리, 뾰족한 솔방울 등 주위에서‘ㅅ’의 모양을 찾아내게 한다. 이런 수업이 반복되면 아이들의관찰력도 몰라보게 좋아진다. 발도르프 대안학교는 우선 첫해에 초등 3학년까지 반을 개설할 예정이다.


한 학년 당 정원은 20명 내외로 정했다. 교사진은 담임교사 3명과 일본어 교사, 수공예 교사 등이정해진 상태. 여기에 영어교사가 한 명 더해질 예정이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두차례의 입학설명회에는 벌써 120명 이상이 다녀갔다. 내년 1월 31일에는 3차 설명회도 예정돼 있다. 임유진(36)씨는“발도르프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같은 교육철학을 가진 부모들이 많음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학교 설립준비를 거의 마치고 교과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혜분(37)씨는“초등 대안학교를 잘 운영해 중등고등 과정까지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입력 : 2008.12.15 04:02
출처 : 「등대」
글쓴이 : 풍경하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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