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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엄마가 앞장서 만든 아이 결국 한계에 부딪혀요"

우야씨의 일상 2009. 2. 10. 20:48
"엄마가 앞장서 만든 아이 결국 한계에 부딪혀요"
소신 있는 강남엄마 교육기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자녀교육 앞에서 엄마들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다. 너무 많이 시키지 말자고 생각하다가도 옆집 아이가 일등을 했다고 하면 당장 그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교육특구 서울 '강남'에 사는 엄마들은 더 그렇다. 확고한 교육관을 세우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기 십상이다. 자신만의 교육철학으로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신 있는 강남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왼쪽부터 이해림씨,김소희씨,이평화씨
초등 4학년 지나면 부모가 억지로 끌고 갈 수 없어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저자인 김소희(43·서울 잠원동)씨는 올해 중3, 초6인 두 아이의 입시를 치렀다. 첫째 아이는 외고, 둘째 아이는 국제중 진학을 위해서다. 영어를 무척 좋아하는 두 아이들이 진학을 강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엄마로서 교육비와 입학 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 등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아이들이 원해서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김씨의 자녀교육 제1원칙. 무엇을 가르치든 반드시 아이와 상의하고 결정한다. "아무리 정보가 많고, 가르치고 싶은 것이 많아도 초등 4학년만 되면 부모 뜻대로 억지로 끌고 갈 수 없다"고 했다. 두번째 원칙은 '시간관리 잘 하는 습관들이기'이고, 세번째 원칙은 '숙제는 반드시 제 힘으로 하게 하기'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것들이 모여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되게 했다.

"무엇이 좋다고 해서 다 따라가는 엄마가 돼서는 안 돼요. 정보를 자기 교육관에 맞춰 취사선택 하는 거죠. 좋다는 것을 다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도 없고, 또 돈이 많아서 다 해주고 싶어도 아이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교육정보는 주로 학부모 모임을 통해 얻는다. 김씨를 비롯해 주변 강남엄마들은 대개 4~5개 가량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참고서나 학원 등 교육정보를 나누거나 설명회 등에 함께 참석한다. 교육계획을 세울 때 서로 의논하기도 하고,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더 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로부터 유용한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가끔은 '제가 하고 있는 게 바른 길인지' 확인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제 길이 더욱 선명해져요. 내가 잘하고 있구나, 또는 이건 잘못된 거니까 고쳐야겠다 등 여러 가지가 보이죠. 그러면서 제 교육관을 더욱 명확하게 세울 수 있어요."

중3 자녀를 둔 박정화(42·서울 대치동)씨는 반대로 학부모 모임을 아예 일찌감치 끊어버렸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엄마들과도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한다. 교육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휩쓸리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다.

박씨가 가장 강조한 것은 독서. 아이가 어릴 때 책 전집, 장난감, 게임기 등은 한 번도 사준 적이 없다. 달리 놀 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아이는 책 한 권을 사주면 마르고 닳도록 읽으면서 놀았다. 덕분에 중3이 된 지금도 시험기간까지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 됐다. 배경지식이 많이 쌓인 만큼 성적도 전교 일등이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다들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으로 향할 때도 박씨는 딱 한 군데 보내던 영어학원까지 그만 두게 했다. 아이가 영어신문과 책만으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많은 엄마들이 제게 교육비결을 물어요. 그런데 한결같이 '어떤 학원에 보내느냐'는 질문부터 해요. 중요한 건 어떤 학원에 다니느냐가 아니에요. 그렇게 학원만 다니면서 엄마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는 아무리 잘해도 결국 한계에 부딪혀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문제집도 직접 발품 팔아 아이에 맞는 교재 선택

중1, 초5인 두 자녀를 키우는 이해림(40·서울 청담동)씨 역시 학원보다 '독서'를 중시한다. 아이들의 여름·겨울방학 목표가 항상 '독서'일 정도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또 아이들의 질문에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성실하게 답해주려고 노력했다. 초등 고학년부터는 아빠와 함께 논리적인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한국어, 영어 등 언어능력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수학은 이씨가 직접 지도했다. 매 학기마다 2~3권의 문제집을 함께 풀었다. 선행학습을 하는 대신 기본개념부터 심화단계까지 고루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씨는 문제집 한 권도 허투루 사지 않는다. 문제집을 전문적으로 파는 동네 서점에 가서 어떤 교재가 가장 잘 팔리는지 묻고,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며 좋은 것을 골랐다. 강남의 대형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게 해 아이의 수준을 정기적으로 확인했다. 자신의 교육방법이 옳은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거실에 놓인 식탁이 밥 먹는 식탁이 아니라 '공부하는' 식탁"이라며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면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한 뒤 책 읽고, 숙제를 하거나 엄마와 함께 공부한다"고 했다.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은 주로 남편과 이야기한다.

"남편과 매일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한 번은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그 엄마들이 부럽느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저도 첫째 아이를 국제중에 보낸 뒤로 아이가 뒤쳐지는 것이 자꾸 눈에 보여 학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거든요. 제가 이렇게 흔들릴 때는 남편이 균형을 잡아주고, 또 아이도 '혼자 힘으로 해보겠다'고 말해 아직까지 사교육의 힘은 빌리지 않고 있어요."

초1, 5세 두 자녀를 둔 이평화(32·서울 일원동)씨는 "강남은 선택의 폭이 넓지만,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의지나 수준에는 상관없이 소문만 좇아 아이를 가르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유명학원에 다녀도 내 아이가 소수의 우수한 그룹에 들지 않지 않으면 그냥 들러리가 돼요. 아이 수준에 맞춰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것은 오히려 동네의 작은 학원일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해요."

이씨도 뭔가를 결정할 때 발품을 많이 판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도 그랬다. 우선 집 근처에 있는 유치원들을 전부 방문해 마음에 드는 몇 군데를 고른 뒤, 각각의 유치원을 하루 종일 지켜봤다.

워킹맘이다 보니 사교육을 많이 활용하는 편. 그만큼 걱정도 많다. 특히 본의 아니게 선행학습을 하게 되는 면이 많아서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선행학습보다 그 나이에 맞는 깊이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엄마들의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교육법을 고쳐가며 자신만의 교육관을 세우는 중이다.

"그 동안 주변의 또래 아이들과 자꾸 비교하면서 아이의 부족한 점만 채워주려고 했어요.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유아체능단에 보내는 식이었죠. 부족한 점만 볼뿐, 정작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는 보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결국 모든 게 평범해졌어요.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한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주목 받잖아요. 앞으로는 아이의 장점을 살려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입력 : 2008.12.22 04:04
출처 : 「등대」
글쓴이 : 제임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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