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랑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사랑을 나눌 것인가가 중요하다. 아이를 장래에 사회 적응력이
높고 능동적인 존재로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 모두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애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발달 과제는 '애착'이다
태어나서부터 24개월까지의 영유아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발달 과제는 어쩌면 엄마(혹은
할머니 등의 주된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 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애착이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하며, 애착 행동이란 애착을 이룬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한 여러 가지 행동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말이다.
아기가 특정한 사람에게 애착했다는 증거로 나타나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신호 반응'과 '실행 반응'으로 구분한다. 신호반응이란 원거리 반응으로
울기, 웃기, 눈 맞추기, 소리내기, 부르기 등을 포함하며 아기가 사회적 접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애착 인물(엄마)에게 알리는 것이다. 실행반응은 아기가 엄마에게 능동적으로 가까이 가려는
반응으로서 애착인물을 향해 고개나 몸을 돌리기, 기어가기, 걸어가기나 뛰어가기, 따라가기, 기어오르기, 껴안기, 매달리기 등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착 행동은 아기의 신체적 발달이나 심리적 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대단히
중요하다. 아기가 엄마를 쳐다보고, 미소짓고, 울고, 발버둥치고, 무력해 하는 것은 엄마로 하여금 아기를 껴안아 주고, 영양을 공급하고, 기저귀를 갈게 하는 행동을 이끌어 냄으로써 아기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는 것이다. 또한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기본적인 신뢰감과 안정감을 경험함으로써 성격적인
기초를 쌓으며, 애착 관계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성 발달의 첫 걸음을 띄기 시작한다.
애착 형성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인
애착 형성에는 두 가지의 조건이 있다. 아이와 엄마(혹은 주된 양육자)가 모두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다. 대개 엄마와 아이와의 애착은 전적으로 엄마의 책임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그렇지 않다. 엄마와 아이도 쌍방의 관계이므로 애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엄마와 아이가 갖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환경적인 조건이 원만한 상황에서는 아이는 누구든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기질적으로 애착 형성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이루어가지 못하기 마련이다.
두 번째 조건은 엄마가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엄마가 자주, 오랜 시간 아이를 돌보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행동은 애착의 형성을 촉진시킨다.
그런데 이같은 엄마의 양육 행동의 질은 엄마의 심리적·신체적 건강 상태, 부부 관계 만족도,
경제적 여건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의 문제와는 구별된다.
또 엄마의 성격적 특성과도 다른 문제이다.
흔히 엄마가 아이를 깊이 사랑하고 '성격이 좋으면' 아이와 애착 관계를 잘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단지 깊이 사랑하고 성격이 좋다고 해서 아이와 애착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애착의 질이 사회 적응력을 결정한다
안정적으로 애착이 된 아이는 타인에 대한 신뢰감(그들은 믿고 의지할 만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를 도와준다)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개념(나는 유능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이다)도 발달시킨다.
또 애착이 잘된 아이들은 어떤 문제가 제시되면 그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 갈 능력과
긍정적인 자기-상(self-image)이나 자신감을 적절하게 발달시켜 나간다. 예를 들어 안정적으로
애착이 된 아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할 때도 좌절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그 후
융통성 있고 지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로 성장해 학교에서 하는 일이나 또래들과의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애착이 된 아이는 불안정 애착 아이에 비해 낯선 또래 아동이나 어른과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며, 리더십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술이 뛰어나다. 또 아이는 애착 형성기가
지나고 점차 성장함에 따라 엄마와의 신체적 접촉 욕구보다는 탐색 활동과 또래 집단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불안정 애착의 아이는 유아기 후반까지도 더 많은 신체적 접촉을 추구하며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럴 경우 아이는 각종 행동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타인에게 비협조적이고 비순종적이며 칭얼대고 분노 폭발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며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질 수도 있다(Londerville & Main, 1981).
불안정 애착된 아이들은 안정적으로 애착된 아이들과 달리 자라서도 적응 능력이 떨어진다.
저항적으로 애착된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다.
또 회피적으로 애착된 아이들은 적개심이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유형의 아이들 모두 교사에게 더 의존적이며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도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발달 초기단계인 영유아기에 부모와 아이간의 접촉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내용과 질은
아이가 외부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짓는다. 또 이후 발달 기간동안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 뿐 아니라 인지발달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 시기 동안 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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