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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떨어져 살던 부모에 마음여는 아이들 보면 보람"

우야씨의 일상 2010. 2. 17. 21:58

이혼가정 상처받은 아이들 돌보는 장창국 판사
"떨어져 살던 부모에 마음여는 아이들 보면 보람"

장창국 판사(오른쪽에서 둘째)가 이혼가정 아동상담 업무를 함께 하고 있는 안산지원 직원들과 얘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여덟 살 영민이(가명)는 1년 동안 헤어져 있던 엄마가 보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개는 저었지만 입을 꼭 다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은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다.

지난 7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마련한 `비양육 부모`와 하룻밤을 지내는 1박2일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다. 훌쩍거리면서도 자기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아이들.

안산지원에서 가사재판을 전담하고 있는 장창국 판사(42ㆍ연수원 32기)는 이를 `죄책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른들은 상상하지도 못하죠. 헤어져 있는 엄마나 아빠를 만나고 싶어하는 건 자기를 키워주는 사람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혼가정 아이들 심리예요."

작년 2월부터 안산지원에서 가사재판을 전담하기 시작한 장 판사는 `이혼가정 아이 돕는 판사`로 유명하다. 모든 협의이혼 과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아이와 부모의 화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그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차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면서였다.

오랫동안 별거하던 부부가 결국 이혼재판을 신청했고 양육권과 양육비, 면접교섭권(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 재판 첫날 아버지와 함께 살던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소리부터 질렀다.

"저게 무슨 엄마야, 꼴 보기 싫어!" 오랜만에 아이를 본 엄마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렸다. 씩씩대는 아이 눈에 맺힌 눈물은 `분노` 그 자체였다.

놀란 장 판사는 이후 아동심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혼가정 아이들 사례를 들여다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양육자에 대한 충성심`을 갖는다. 자신을 버린 엄마나 아빠에 대해서는 `분노`와 `배신감`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이것이 조금씩 철이 들면서 우울증으로 변하다 고등학교 때쯤 되면 공격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다. 말 그대로 애들이 `비뚤어지는` 것이다. 자기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고민 끝에 작년 가을 부부상담을 해오던 안산지원에 법원 최초로 `아동상담`을 도입했고, 올해 7월에는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비양육 부모와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행사까지 열게 됐다.

처음에는 울면서 엄마와 만나기를 거부하던 영민이도 엄마와 밥을 먹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같이 살던 할머니가 "집 나간 엄마는 나쁜 사람"이라고 되풀이해 엄마를 보기 싫어하던 다른 남매는 엄마와 함께 있도록 해주자 어느덧 마음이 풀려 손을 잡고 함께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해피 바이러스` 전파력 때문이었을까. 이런 장 판사 노력은 다른 법원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서울가정법원에서도 장 판사가 지난 7월 성공적으로 치른 1박2일 캠프를 추진 중이다. 10월 10일 경기도 양평에서 이혼가정 부모와 자녀 30명을 초대하는 `우리 가족 행복시작 1박2일 렛스 고` 캠프가 열린다.

장 판사는 "아직 국가 지원도 없고 법원 예산도 부족하지만, 떨어져 살던 엄마나 아빠에게 마음을 열고 결국 포옹하는 아이들 모습에 더 힘을 내게 된다"며 "제발 부모들이 자신들 증오심과 이기심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고 평생 상처를 안게 될 아이들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승연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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