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자들에게 '탈출구' 만들어 줘요"
인터넷중독 치료센터
왜소·소심할수록 현실 불만… 가상세계 통해 해소 경향…
미술 등 취미활동 통해 치료
"왜 나쁜지 스스로 생각하고 바꿀수 있도록 유도해야"
"매일 저녁 8시에 PC방 갔다가 새벽 5시에 집에 돌아와 잠을 잤어요. 그리고 오후 3시에 일어나 집에서 인터넷으로 게임정보를 찾아보고는 다시 PC방으로 갔죠."(양민혁〈가명·25〉씨)
"상담받은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완전 치료를 10점으로 보면 스스로 점수를 어느 정도 줄래요?"(상담사)
"8점 정도요. 아직도 친구들 만나면 가끔 스타크래프트 2시간 정도는 하니까요."(양씨)
29일 동작구 신대방동 인터넷중독 전문 예방·치료기관 '보라매 I Will 센터' 상담실에서는 대학 4학년생인 양씨와 상담사 박혜경 팀장의 상담이 한창이었다. 양씨는 중고교 시절부터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고 했다. 대학교 1~2학년 때는 하루 10시간씩 PC방에서 사는 날이 많았다. 군대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멈추었다가 복학에 앞서 휴학기간에 다시 게임에 손을 댔는데, 정도가 더 심해졌다. 집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그는 병원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세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작년 말부터 이곳에서 인터넷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양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왜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학교 결석까지
작년 9월부터 어머니의 권유로 상담을 받고 있는 김모(13)군은 센터를 찾기 전 8개월 동안 게임에 빠져 학교 결석을 밥 먹듯 했다. 우울증까지 심해지면서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까지 먹었다.
김모(19)군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인터넷 중독자였다. '아이온'이란 온라인 게임에서 최고 레벨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10시간 이상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학교 수업은 뒷전이었다.
- ▲ 29일 동작구 신대방동‘보라매 I Will 센터’상담실에서 김혜미(왼쪽) 상담사가 김민석(가명)군에게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및 상담을 해주고 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이날 상담을 받던 김민석(가명·11)군은 하루에 3시간밖에 게임을 하지 않았지만 담임선생님 권유로 이곳을 찾았다. 김혜미(31) 상담사는 먼저 친근하게 "왜 그렇게 게임이 재미있어?"라고 물으며 말문을 텄다.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표를 검토한 김 상담사는 "아직 중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하루에 몇 시간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게임을 하는지도 중독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상담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민석군은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졌는데, 1년 반 동안 총싸움 게임류인 '서든 어택'에 빠져 있고 게임만 하면 욕을 많이 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왜소하고 소심한 아이들일수록 현실의 불만을 가상세계를 통해 해소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서울시내 만 9~19세 아동·청소년의 경우 14.7%인 19만명(2008년 말 기준)이 상담이 필요한 잠재적 인터넷 위험 사용자군이고, 4.0%인 5만4000명은 치료가 시급한 고위험자 사용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취미로 관심 돌리게 해야"
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치료는 인터넷 대신 다른 취미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작년 4월 문을 연 '보라매 I Will 센터'에서는 단순 상담·치료뿐 아니라 미술을 통한 상담치료, 가족과 함께하는 상담치료, 전문의 연계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상담자들에게 '탈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마련한 활동들이다.'광진 I Will 센터'에서는 과자를 굽고, 난타 공연을 하기도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센터에서 진행한 예방치료 프로그램은 횟수로만 1만9010회, 교육받은 학생들만 12만8389명이나 된다.
특히 2년 동안 4단계로 진행되는 '꿈틀이 프로젝트 사업'이 눈에 띈다. 자아 찾기(1단계·개인 혹은 집단상담), 모둠활동(2단계·난타 공연 등 대체활동), 프로젝트(3단계·공연 발표 대회 등), 추수활동(4단계·또래 동아리 모임) 등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상담 및 치료는 전액 무료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서울 동북권과 서북권지역에 추가로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광진 I Wlll 센터' 김현정 팀장은 "가정에서 '인터넷 이용시간을 줄여라' '게임 아이디를 없애라' 등 일방적으로 강요만 하면 반발심이 생겨 치료하기 더 어렵다"며, "왜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에 너무 빠져버리면 나쁜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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