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언제 가는 게 가장 좋을까?
베스트베이비 | 입력 2010.12.10 09:07
보육 및 교육시설 중 엄마들이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많이 보내는 '어린이집'. 대상연령이 0~6세로 넓기 때문에 언제 보내는 게 좋을지 오히려 판단이 어렵다. 이웃집 엄마와 어린이집 교사, 유아교육학자가 말하는 어린이집 보내는 최적의 시기.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호·교육하는 기관으로 만 0세부터 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0~2세 영아반, 3~6세 유아반으로 크게 나누고 다시 연령별로 반을 편성되는 경우가 대부분. 보육은 물론 적절한 생활 지도와 또래와 교사를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한 번쯤 보내야 할 '필수 기관'로 여긴다. 그렇다면 몇 살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 10여 년 전만 해도 네 살 입학을 정석으로 생각했으나 요즘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엄마들도 아이가 돌만 넘기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의 입학 평균 연령이 급격히 낮아진 것. 만 2세가 넘으면 아이를 보내는 분위기니 3세 아이를 끼고 있는 엄마들은 주변에서 "왜 어린이집 안 보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1~2세는 너무 이른가? 3~4세는 늦은 걸까? 각 집마다 육아 환경이 다른 만큼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일찍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
1 워킹맘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게 된다. 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 등 대리 양육자를 구했더라도 2세가 넘도록 아무 시설에도 안 보내고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기기는 부담스럽고 미안한 게 사실. 육아휴직이 끝날 때까지 아이 봐줄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영아 전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소신보다는 직장생활 등 주변 여건 때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맡긴 엄마일수록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제대로 적응을 할지, 아이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2 동생 탄생 또는 큰아이의 교육
'동생 탄생' 역시 아이의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대표적이 요인다. 특히 연년생에서 두 살 정도 터울인 경우는 첫째와 둘째 모두를 사랑으로(!) 돌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엄마의 육아 피로와 큰아이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일종의 '대피처'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 반대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이나 누나의 교육 문제로 둘째에게 신경을 잘 쓰지 못하게 되어 보내는 경우도 있다.
3 또래 관계
오전에 아이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정말 함께 어울려 놀 친구가 없다.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게 현실인 것. 전년도의 반 아이들이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아이만 늦게 보내면 친구 사귀는 데 애를 먹을 가능성도 있다.
4 시간 보내기의 한계
3세가 넘도록 아이를 끼고 있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충은 아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흔히 '놀이의 한계'를 느낀다고들 말한다. 집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거나 잘 놀아줄 자신도 없는데 어린이집은 전문 교사와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있으니 시간을 좀더 알차게 보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육아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부인할 수 없다.
◆ 늦게 보내고 싶은 이유
1 엄마와 아이의 성향
아이가 유난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든가 엄마가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에는 2세를 넘기지 않고 입학시키는 편. 활동적인 아이는 3세가 넘기도 전에 스스로 '어린이집에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반대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든가 조금 힘들어도 아이를 끼고 있는 게 마음이 놓이는 성향이라면 입학 시기를 늦춰 잡는 편이다.
2 애착 형성에 대한 두려움
요 근래 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에서 애착, 그중에서도 0~3세 시기에 형성되는 부모-자녀의 애착에 관련된 내용이 자주 소개된다. '문제아=애착 형성이 잘 안 된 아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어릴 때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일수록 성공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국내외 논문 발표의 영향으로 적어도 3세까지는 어떻게든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마도 많다.
3 심정적 안쓰러움
갓 두 돌을 넘긴 아이가 벌써부터 정해진 시간에 차를 타고 수업받고 밥을 먹는 등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안쓰럽게 느껴진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 놓고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워보겠는가. 유치원에만 가도 쳇바퀴 굴러가듯 생활해야 하는 것이 현실. 지금은 저 원하는 대로 실컷 놀리고 싶다. 또 아무리 능력 있는 교사라도 엄마만큼 세심하게 아이를 돌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알고 있는 엄마만이 진정한 '맞춤교육'을 시킬 수 있다.
4 건강과 먹을거리
걱정 아이들의 식단이나 위생 문제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아무리 집에서 유기농으로 잘 먹였더라도 일단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밀가루 과자와 사탕을 맛볼 수 밖에 없고 더이상 집에서 먹었던 '뻥튀기'같은 간식을 거들떠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다보니 감기나 수족구병이 한 번 돌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면역력이 약한 4세 미만 아이들은 더하다.
◆ 다른 엄마들은 언제 보낼까?
최근 육아정책개발센터 보건복지부가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09 보육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을 둔 학부모 3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보육시설(어린이집) 이용률이 0세 8.2%, 1세 30.5%, 2세 61.9%, 3세 60.6%, 4세 49.2%, 5세 39.5%로 나타났다. 3세 이후에 어린이집의 이용률이 감소하는 반면 유치원이나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등 반일제 이상 학원이나 특기·보습 학원 등의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영유아 연령별 보육·교육 서비스 이용
아이를 어린이집에 왜 보내느냐는 질문에 영아(0~2세), 유아(2~5세)에 따라 비중이 다른 답변을 보였다. 영아는 '부모 대신 돌봐줌'이 41.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사회성 발달 25.4%, 인성 발달 22.1%. 즉, 부모 대신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이에 비해 유아는 '부모 대신 돌봐줌'이 20.0%로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이고, 인성 발달 33.2%, 사회성 발달 31.4%로 교육적 목적 외의 필요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준비 목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7.6%에 불과했다.
맞벌이 등의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못할 경우 '누가 아이를 봐주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 또한 흥미롭다. 만 1세 미만은 할머니·할아버지가 66.8%이고 친인척 5.7%, 가정 어린이집 5.1%, 일반 어린이집이 3.3%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 이외라고 명시했음에도 '부모'만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6.2%나 됐다. 만 2세는 조부모나 베이비시터보다는 놀이방과 어린이집을 답한 비율이 27.2%이고, 만 4세는 어린이집은 60.6%, 유치원 25.1%로 답했다.
*출처 < 2009 보육실태조사보고서 > , 육아정책개발센터
조금씩 다른 어린이집 입학 적기에 대한 생각들
엄마_ 지난 < 베스트베이비 > 11월호 독자엽서 142통을 집계한 결과 역시 위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실제 어린이집에 보낸(보낼 예정인) 나이는 몇 세입니까?'라는 질문에 1세 7%, 2세 15%, 3세 36%, 4세 26%, 5세 11%, 6세 5%의 비율로 답했다. 반면 어린이집 보내는 '최적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3세 40%, 4세 28%, 5세 16%, 2세 11%의 순으로 답했다. 3~4세쯤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내는 시기는 이보다 빠른 것. 아이를 특정 '시기'에 맞춰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사회성 발달'을 답한 엄마들이 가장 많았고 '남들이 다 보내니까', '동생이 생겨서', '혼자 돌보기 힘들어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선호하는 어린이집 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 어린이집의 비율이 절반 정도로 비슷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택한 이유로 교사의 자질과 시설, 저렴한 보육료 등을 꼽았고, 사립을 선호하는 엄마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돌봐줄 것 같아서, 집에서 가까워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등으로 답했다.
유아교육학자_ 어린이집은 아이가 부모 이외에 친구, 교사 등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상대방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아이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사회성'의 개념을 알려주는 기관으로서 의미가 크다. 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최혜순 교수는 두 발로 서서 잘 걷고, 자신의 이름을 알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며, 되고 안 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생후 24개월 이후를 어린이집 입학 적기로 본다. 30개월 이후에는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해지면 다른 아이들과 차례로 물건을 나눠 쓰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일을 어려워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경험에 의해 '떼를 부리면 어린이집에 안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 걸핏하면 부모와 협상하려 들기도 한다. 맞벌이 등의 사정 때문에 만 2세 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면 엄마로서 죄책감을 갖기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은 빨리 포기하고 아이를 돌보는 교사와 신뢰를 쌓는 일에 더 신경쓰는 편이 바람직하다. 어린 아이를 맡긴 엄마들일수록 걱정하는 마음이 지나쳐 교사나 어린이집 운영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입장이 되기 쉽다. 하지만 엄마와 교사는 아이의 '공동 양육자'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어린이집 교사_ 아이마다 '적기'는 다를 듯하다. 돌도 안 지난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데 별 문제가 없고 어린이집 생활을 재미있어하는 반면 4세가 넘어도 적응이 어려운 아이도 있다. 단, 워킹맘이 아니라면 어느 연령이든 최대 오후 4시 이전에는 아이를 데려가는 게 좋다는 데 동의한다. 낮잠 시간 이후에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교사 역시 원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 입장에서도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부모에 대한 불만 등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어린이집에서 생긴 일을 부모나 교사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언어가 발달하면 생활하기가 수월해지는 게 사실. 기저귀를 떼면 일단 아이가 편하고, 실수를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을 방지할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뒤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데, 10여 명의 아이를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교사가 엄마와 같은 수준으로 돌봐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말이 늦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만 3세 이후에 보내도 늦지 않으니 괜한 불안감은 갖지 말 것. 가끔 아이의 성격도 소극적이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보내고 보는' 엄마들도 있다. 하지만 적응에 실패해 중간에 그만두면 그 기억 때문에 다음번에 보내기가 더 어렵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진짜 적기'보다 어린이집 가는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소아정신과_ 전문의 집에서 부모와만 지내던 아이가 처음으로 단체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엄마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심하면 '분리불안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주 양육자와 분리불안이 극복되는 시기는 빨라야 만 2세. 3세 이후에 가능한 아이도 적지 않다. 아이에 따라 엄마(주 양육자)와 떨어질 수 있는 나이가 다르다는 의미.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겉으로는 아이가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이 보여도 체념이나 좌절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떼쓰기'와 잘 구분해야 한다. 아이가 떼를 쓴다면 엄격하고 일괄된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3세 이후 어린이집 보내는것이 바람직하다.
에디터의 결론_ 일찍 혹은 늦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아이들이 잘 적응하거나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나 신체·언어 발달 정도에 따라 아이마다 '적기'가 다르다는 의미. 많은 엄마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로 '사회성'을 꼽지만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4세가 넘도록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더라도 다른 경험을 많이 한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금방 친해지고 잘 어울린다. 오히려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명목하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둔 채 양육이나 교육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 그렇다고 '홈스쿨링' 열풍 때문에 아이가 재미있어하지도 않고 별 자극도 주지 못하면서 무조건 끼고 있는 것만도 능사가 아니다. 따라서 언제 어린이집에 보낼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엄마와 아이의 성향, 아이의 언어·신체 발달 수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 적기에 대한 정답은 '엄마'만이 알고 있다.
tip 어린이집 졸업 적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이라는 개념이 강했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 유치원에서도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을 위한 특별 수업을 개설해 오후 4~5시까지 돌봐주고, 어린이집 역시 '에듀-케어'라는 콘셉트로 교육과 보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쫓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을 언제 그만두 게 좋을까? 유아교육전문가들은 최소 1년 정도의 '유치원'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원수가 많은 대규모 집단 속에서 생활하고 어울리는 법을 익힐 수 있고 시간 운영이나 커리큘럼도 초등 과정에 좀더 가깝기 때문.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1~2년 전에는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것이 좋겠다.
기획:한보미 기자 | 사진:조병선 | 모델:한기서(20개월), 송라경(30개월), 김두희(3세) | 도움말:최혜순(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세살마을연구소 소장) 의상협찬 베이비소이(www.babysoy.co.kr) 신발협찬 앙뉴(www.agneau.co.kr)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호·교육하는 기관으로 만 0세부터 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0~2세 영아반, 3~6세 유아반으로 크게 나누고 다시 연령별로 반을 편성되는 경우가 대부분. 보육은 물론 적절한 생활 지도와 또래와 교사를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한 번쯤 보내야 할 '필수 기관'로 여긴다. 그렇다면 몇 살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 10여 년 전만 해도 네 살 입학을 정석으로 생각했으나 요즘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엄마들도 아이가 돌만 넘기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의 입학 평균 연령이 급격히 낮아진 것. 만 2세가 넘으면 아이를 보내는 분위기니 3세 아이를 끼고 있는 엄마들은 주변에서 "왜 어린이집 안 보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1~2세는 너무 이른가? 3~4세는 늦은 걸까? 각 집마다 육아 환경이 다른 만큼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 워킹맘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게 된다. 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 등 대리 양육자를 구했더라도 2세가 넘도록 아무 시설에도 안 보내고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기기는 부담스럽고 미안한 게 사실. 육아휴직이 끝날 때까지 아이 봐줄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영아 전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소신보다는 직장생활 등 주변 여건 때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맡긴 엄마일수록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제대로 적응을 할지, 아이와의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
2 동생 탄생 또는 큰아이의 교육
'동생 탄생' 역시 아이의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대표적이 요인다. 특히 연년생에서 두 살 정도 터울인 경우는 첫째와 둘째 모두를 사랑으로(!) 돌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엄마의 육아 피로와 큰아이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일종의 '대피처'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 반대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이나 누나의 교육 문제로 둘째에게 신경을 잘 쓰지 못하게 되어 보내는 경우도 있다.
3 또래 관계
오전에 아이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정말 함께 어울려 놀 친구가 없다.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게 현실인 것. 전년도의 반 아이들이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아이만 늦게 보내면 친구 사귀는 데 애를 먹을 가능성도 있다.
4 시간 보내기의 한계
3세가 넘도록 아이를 끼고 있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충은 아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흔히 '놀이의 한계'를 느낀다고들 말한다. 집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거나 잘 놀아줄 자신도 없는데 어린이집은 전문 교사와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있으니 시간을 좀더 알차게 보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육아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부인할 수 없다.
◆ 늦게 보내고 싶은 이유
1 엄마와 아이의 성향
아이가 유난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든가 엄마가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에는 2세를 넘기지 않고 입학시키는 편. 활동적인 아이는 3세가 넘기도 전에 스스로 '어린이집에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반대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든가 조금 힘들어도 아이를 끼고 있는 게 마음이 놓이는 성향이라면 입학 시기를 늦춰 잡는 편이다.
2 애착 형성에 대한 두려움
요 근래 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에서 애착, 그중에서도 0~3세 시기에 형성되는 부모-자녀의 애착에 관련된 내용이 자주 소개된다. '문제아=애착 형성이 잘 안 된 아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어릴 때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일수록 성공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국내외 논문 발표의 영향으로 적어도 3세까지는 어떻게든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마도 많다.
3 심정적 안쓰러움
갓 두 돌을 넘긴 아이가 벌써부터 정해진 시간에 차를 타고 수업받고 밥을 먹는 등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안쓰럽게 느껴진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 놓고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워보겠는가. 유치원에만 가도 쳇바퀴 굴러가듯 생활해야 하는 것이 현실. 지금은 저 원하는 대로 실컷 놀리고 싶다. 또 아무리 능력 있는 교사라도 엄마만큼 세심하게 아이를 돌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알고 있는 엄마만이 진정한 '맞춤교육'을 시킬 수 있다.
4 건강과 먹을거리
걱정 아이들의 식단이나 위생 문제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아무리 집에서 유기농으로 잘 먹였더라도 일단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밀가루 과자와 사탕을 맛볼 수 밖에 없고 더이상 집에서 먹었던 '뻥튀기'같은 간식을 거들떠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다보니 감기나 수족구병이 한 번 돌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면역력이 약한 4세 미만 아이들은 더하다.
◆ 다른 엄마들은 언제 보낼까?
최근 육아정책개발센터 보건복지부가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09 보육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을 둔 학부모 3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보육시설(어린이집) 이용률이 0세 8.2%, 1세 30.5%, 2세 61.9%, 3세 60.6%, 4세 49.2%, 5세 39.5%로 나타났다. 3세 이후에 어린이집의 이용률이 감소하는 반면 유치원이나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등 반일제 이상 학원이나 특기·보습 학원 등의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영유아 연령별 보육·교육 서비스 이용
맞벌이 등의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못할 경우 '누가 아이를 봐주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 또한 흥미롭다. 만 1세 미만은 할머니·할아버지가 66.8%이고 친인척 5.7%, 가정 어린이집 5.1%, 일반 어린이집이 3.3%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 이외라고 명시했음에도 '부모'만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6.2%나 됐다. 만 2세는 조부모나 베이비시터보다는 놀이방과 어린이집을 답한 비율이 27.2%이고, 만 4세는 어린이집은 60.6%, 유치원 25.1%로 답했다.
*출처 < 2009 보육실태조사보고서 > , 육아정책개발센터
엄마_ 지난 < 베스트베이비 > 11월호 독자엽서 142통을 집계한 결과 역시 위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실제 어린이집에 보낸(보낼 예정인) 나이는 몇 세입니까?'라는 질문에 1세 7%, 2세 15%, 3세 36%, 4세 26%, 5세 11%, 6세 5%의 비율로 답했다. 반면 어린이집 보내는 '최적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3세 40%, 4세 28%, 5세 16%, 2세 11%의 순으로 답했다. 3~4세쯤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내는 시기는 이보다 빠른 것. 아이를 특정 '시기'에 맞춰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사회성 발달'을 답한 엄마들이 가장 많았고 '남들이 다 보내니까', '동생이 생겨서', '혼자 돌보기 힘들어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선호하는 어린이집 유형을 묻는 질문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 어린이집의 비율이 절반 정도로 비슷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택한 이유로 교사의 자질과 시설, 저렴한 보육료 등을 꼽았고, 사립을 선호하는 엄마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돌봐줄 것 같아서, 집에서 가까워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등으로 답했다.
유아교육학자_ 어린이집은 아이가 부모 이외에 친구, 교사 등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상대방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아이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사회성'의 개념을 알려주는 기관으로서 의미가 크다. 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최혜순 교수는 두 발로 서서 잘 걷고, 자신의 이름을 알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며, 되고 안 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생후 24개월 이후를 어린이집 입학 적기로 본다. 30개월 이후에는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해지면 다른 아이들과 차례로 물건을 나눠 쓰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일을 어려워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경험에 의해 '떼를 부리면 어린이집에 안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 걸핏하면 부모와 협상하려 들기도 한다. 맞벌이 등의 사정 때문에 만 2세 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면 엄마로서 죄책감을 갖기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은 빨리 포기하고 아이를 돌보는 교사와 신뢰를 쌓는 일에 더 신경쓰는 편이 바람직하다. 어린 아이를 맡긴 엄마들일수록 걱정하는 마음이 지나쳐 교사나 어린이집 운영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입장이 되기 쉽다. 하지만 엄마와 교사는 아이의 '공동 양육자'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어린이집 교사_ 아이마다 '적기'는 다를 듯하다. 돌도 안 지난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데 별 문제가 없고 어린이집 생활을 재미있어하는 반면 4세가 넘어도 적응이 어려운 아이도 있다. 단, 워킹맘이 아니라면 어느 연령이든 최대 오후 4시 이전에는 아이를 데려가는 게 좋다는 데 동의한다. 낮잠 시간 이후에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교사 역시 원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 입장에서도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부모에 대한 불만 등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고 어린이집에서 생긴 일을 부모나 교사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언어가 발달하면 생활하기가 수월해지는 게 사실. 기저귀를 떼면 일단 아이가 편하고, 실수를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을 방지할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뒤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데, 10여 명의 아이를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교사가 엄마와 같은 수준으로 돌봐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말이 늦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만 3세 이후에 보내도 늦지 않으니 괜한 불안감은 갖지 말 것. 가끔 아이의 성격도 소극적이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보내고 보는' 엄마들도 있다. 하지만 적응에 실패해 중간에 그만두면 그 기억 때문에 다음번에 보내기가 더 어렵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진짜 적기'보다 어린이집 가는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소아정신과_ 전문의 집에서 부모와만 지내던 아이가 처음으로 단체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엄마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심하면 '분리불안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주 양육자와 분리불안이 극복되는 시기는 빨라야 만 2세. 3세 이후에 가능한 아이도 적지 않다. 아이에 따라 엄마(주 양육자)와 떨어질 수 있는 나이가 다르다는 의미.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겉으로는 아이가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이 보여도 체념이나 좌절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떼쓰기'와 잘 구분해야 한다. 아이가 떼를 쓴다면 엄격하고 일괄된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3세 이후 어린이집 보내는것이 바람직하다.
에디터의 결론_ 일찍 혹은 늦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아이들이 잘 적응하거나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나 신체·언어 발달 정도에 따라 아이마다 '적기'가 다르다는 의미. 많은 엄마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로 '사회성'을 꼽지만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4세가 넘도록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더라도 다른 경험을 많이 한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금방 친해지고 잘 어울린다. 오히려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명목하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둔 채 양육이나 교육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 그렇다고 '홈스쿨링' 열풍 때문에 아이가 재미있어하지도 않고 별 자극도 주지 못하면서 무조건 끼고 있는 것만도 능사가 아니다. 따라서 언제 어린이집에 보낼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엄마와 아이의 성향, 아이의 언어·신체 발달 수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 적기에 대한 정답은 '엄마'만이 알고 있다.
tip 어린이집 졸업 적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이라는 개념이 강했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 유치원에서도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을 위한 특별 수업을 개설해 오후 4~5시까지 돌봐주고, 어린이집 역시 '에듀-케어'라는 콘셉트로 교육과 보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쫓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을 언제 그만두 게 좋을까? 유아교육전문가들은 최소 1년 정도의 '유치원'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원수가 많은 대규모 집단 속에서 생활하고 어울리는 법을 익힐 수 있고 시간 운영이나 커리큘럼도 초등 과정에 좀더 가깝기 때문.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1~2년 전에는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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