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지도

[스크랩] 성인을 위한 상황별 독서자료 초록 - 건강과 질병, 죽음

우야씨의 일상 2013. 1. 29. 17:05
 

4. 건강과 질병, 죽음


4.1 나이듦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고광애의 실버 상담실

(고광애/바다출판사/2003)


  90살 친정어머니, 70대 남편, 그리고 386자녀와 N세대 손자들 속에서 살아가는 한 60대 신 중년의 당당한 실버인생 제안을 담았다. 영화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의 어머니이기도 한 지은이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몇 년째 출연하여 노인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있다. 노인들의 심리를 예리하고 꼬집어가며 젊은 세대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법, 노년을 잘 보내는 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토록 냉철하게 현실적인 노인 문제를 거론하지만 절대로 책의 인상을 무겁거나 심각하게 만들지 않고, 도리어 옆집 할머니가 풀어주는 재미난 수다처럼 들리는 것이 이 책의 최대 미덕이다. ‘내가 엊그제에는 이러이러한 일을 당했는데……’, ‘나 아는 절친한 동창 녀석 하나는……’ 식으로 사실의 예화를 들면서 흥미롭고 리얼하게 제 할 말을 다 풀어내고 있는 지은이만의 매력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마음 한번 고쳐먹기 : 노인들의 정신적인 성숙에 관한 내용이다. 2장 가족으로부터 홀로서기 : 좀 더 구체적인 노인들 일상 문제 등을 다루었다. 3장 늙어도 실천해야 할 것들 :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공적인 실수나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꼬집는다. 4장 내 몸, 나만이 챙길 수 있다 : 특별히 실버들이 가장 걱정하고 관심을 두는 문제, 곧 건강 다루기이다. 5장 실버들의 사랑과 결혼 : 노인들의 이성교제, 황혼 즈음에 다시 시작하는 재혼 문제, 그리고 영화로도 상영되어 근래 들어 자주 이슈화되고 있는 노인들의 성생활 등을 다루었다. 6장 아름다운 이별 준비 : 삶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고광애/아침나라/2000)


  인생의 1/3이나 차지하는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년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가족들(자식들)에게는 부담만 주고, 자신은 허무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프게 노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년을 준비해야 할까? 이 책은 노인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모든 사람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은이 자신의 체험과 다양한 인용을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하게 풀어가고 있다. 노년의 문화, 노인의 홀로서기 방법, 세대차이 극복법, 자식들과의 관계, 노년기의 경제학, 건강관리, 노년기의 마음가짐 등등 노년기를 제대로 보내고 싶어 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충고와 제안이 담겨있다.


 

나이듦에 대하여

(박혜란/웅진닷컴/2001)


  이 책에 실린 산문들은 ‘여자’와 ‘나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소재삼은 것이다. 여자로서 자신에게 다가온 ‘나이듦’을 긍정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주위 사람들과 자신에게 여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를 일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찬찬히 이야기해 나간다.

  특히 지은이 자신에게 ‘나이듦’이란 질병이라는 폭력적인 형태로 다가왔다.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자궁과 난소를 잃게 만든 여자의 질병 때문에 지은이는 비로소 제 나이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없다. 내 이름이 쓰이는 한 그 옆에는 괄호가 쳐지고 숫자가 매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누구나 세상이 값을 셈하는 대로 자신의 나잇값을 저울질하며 살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팔 것도 아닌데 내 나잇값은 내가 마음대로 매기면 그뿐이다. 괄호 속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만의 나잇값을 셈하며, 자기만의 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연령차별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게다. 그때 우리는 한결 넓어진 세상에서 한결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박혜란-


한때는 인생이 예측가능하다고 믿었다. 인생이 자신을 속인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은 탄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게으른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길 곳곳에 숨어 있다는 함정에 난 절대로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만했다. 남들은 다 빠져도 나만은 결코 빠지지 않으리라는 그 자만심이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던 것인지. 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바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 데 참 오래도 걸렸다. -본문 137쪽에서-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 저/오경순 옮김/리수/2004)


  모든 ‘늙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늙음을 경계하는 글(계로록(戒老錄))’이다. 노여움․푸념․잔소리 등에서 자유로워질 것과 너그러운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자주 씻을 것’ 등의 시시콜콜한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지은이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 책은 지은이가 41세 때 처음 출판되었고, 51세와 65세 때 수정, 가필하여 새로 출간된 책이다.

  너그럽고 온화한 할머니, 할아버지로 멋지게 늙어가기 위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내면의 휴식기인 노년에 보다 가치 있는 삶과 행복을 영위하려면 중년부터 어떠한 마음가짐과 준비를 해야 할까. 심오한 인생철학을 쉽고도 가슴에 와 닿는 문장으로 표현하여 일본에서는 이미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이 책은 1부 엄중한 자기 구제, 2부 생의 한가운데에서, 3부 죽음을 편안하고 친숙하게로 구성되어 있으며, 행복한 노년을 위한 안내서로 쉽고도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많다.


 

마흔에서 아흔까지:행복한 노년을 위한 인생지도

(유경/서해문집/2005)


  노년 에세이 󰡔꽃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의 지은이 유경이 지난 몇 년간 SBS 노년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방송했던 것과 <여성신문>, <출판저널>, <빛과 소금>, <생활성서> 등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그녀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노년 전문가로 통하는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서 노년을 위한 인생지도를 그려주는데, 중년부터 미래를 준비해야 할 10가지와 당당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실천해야 할 100가지,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노년을 만들기 위하여 노는 법, 대화법, 사랑법과 더불어 ‘노년 왕따 예방지침’ 10가지도 정리하였으며, 주위에서 만나는 노년들도 10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에세이처럼 읽어 나가면서 자신의 노년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는 책이다.


노년은 젊음의 저울로 달아서 내버려야 할 무엇이 아니라, 젊음을 고스란히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노년준비는 바로 이 거울을 말갛게 닦는 일이다. 그러므로 재테크나 노(老)테크에 앞서, 주위 어르신들을 보며 내게도 그들과 같은 노년이 오리라는 사실을, 어떻게 살든 결국 나도 늙으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노년에 대해 거리감과 거부감을 지닌 채 노년준비를 이야기하고 노후자금을 모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노년을 모르고 노년에 대한 애정이 없는데 어찌 나의 노년이 아름답고 행복하겠는가. -본문 303쪽에서-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

(최윤희/황매/2005)


  행복학 박사 최윤희가 이 책을 통해 당당하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절대 공허한 가짜 처방전이 아닌 자신의 체험담과 목격담이 절절이 녹아 있는 방법들을 골라 담고 있다.

  멋진 노후는 준비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과 같다. 멋진 노후를 예약하는 준비 자세는 30~40대부터 갖추어야 한다. 한숨만 내쉬며 사는 ‘전전긍긍 인생’과 새로운 행복을 시작하는 ‘유토피아 인생’,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기 자신이다. 이 책 속에는 지은이가 직접 만나 가슴으로 공감한 30여 명의 멋진 노후가 담겨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당당한 노후, 가족과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노후, 배움과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불타는 노후, 인생의 오후를 만끽하기 위해 준비하는 노후 등 멋진 노후를 제시하는 대표주자들이 한 데 모였다.

  60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재기발랄한 문체로 30여 개의 생생 에피소드와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지은이의 ‘유쾌 하게 늙는 법’은 머리로 공감하는 법칙 혹은 공식과 거리가 멀다. 스스로의 경험으로 체득하여 가슴으로 공감하는 인생의 지혜이다. 또한 지은이는 노년의 삶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깔깔’거리며 인생의 오후를 만끽하는 여유를 발휘한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저/김경숙 옮김/사이/2006)


  지은이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중년’의 삶을 연구해 온 중년 전문가이다. 특히 지은이는 마흔 이후 30년을 󰡔서드 에이지(third age)󰡕라 명명(first age : 배움의 단계, second age : 일과 가정을 이루는 단계, third age : 마흔 이후 30년, forth age : 노화)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한 중년들의 실례와 함께 ‘인생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일>과 <여가 활동>의 조화,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이다.

  언뜻 보면 서로 대립되어 동시에 실행할 수 없을 듯 보이는 역설적인 각각의 두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마흔 이후 새로운 삶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경제적 대비책뿐만 아니라, 심리적 측면과 삶의 방식 측면에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사회적 상실감을 딛고 <정서적 성숙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준비 또한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충고를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마흔 이후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나이듦의 즐거움

(김경집/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2007)


  문학과 철학,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왕성한 책읽기를 통해 농익은 사색과 폭넓은 문화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자 김경집의 산문집이다. 지은이가 3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변 지인들과 동료 학자들에게 보낸 글 중 68편을 가려 묶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긴 삶의 궤적 속에서 그가 깨닫게 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와 동년배들이 함께 걸었던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스치는 일상과의 사색적 만남을 통해, 지은이의 자유로운 감성과 깊이 있는 사색의 언어들을 통해 무리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고 세월의 결을 따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중년의 문턱에서 찬란한 비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따뜻한 삶의 훈향을 전해주고 있다.

  “나이듦은 쇠약하거나 소멸돼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지혜와 생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기 쉽다는, 삶에서의 경험이 자꾸만 우리를 엉거주춤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심하게 흘러가기만 한 줄 알았던 시간은, 어쩌지 못하는 그 곤경도 조금은 덜어내며 살 수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그게 삶이라는 걸, 참 늦게 깨달았습니다. -김경집-


먼 곳은 졸보기안경을 써야 하고 가까운 곳은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는 이 어정쩡한 눈이, 어쩌면 조금 일찍 찾아왔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것, 적당한 것, 먼 것을 이 안경, 저 안경, 그리고 맨 눈, 이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게 됨으로써 세상을 그렇게 세 토막으로 쪼개어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게 돋보기를 써야 하는 처지의 유치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너그러움을 배운다는 점에서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잃은 것은 시력이지만 얻은 것은 심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 중에서-


4.2 삶과 죽음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류시화 옮김/이레/2006)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만나고 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에 관한 기록들이다. 죽음을 앞둔 뒤 인생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된 ‘인생의 스승들’이 전하는 삶의 진실과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지은이 자신이 2004년 눈을 감기 전에 남긴 마지막 저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기억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한 번만 더 별을 보고 싶다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고 그들은 말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과 뛰어난 사상가인 지은이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충실하게 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단순하게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진심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리라. 잔잔한 문체와 감동적인 이야기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이 삶의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 -본문 중에서-

 

빛 색깔 공기:죽음을 사이에 둔 두 신학자의 대화

(김동건/대한기독교서회/2002)


  평생 목사와 신학자로 성도들과 제자를 가르치며 외길을 걸어온 부산 장신대 고(故) 김치영 교수가 암 선고를 받은 뒤,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들 김동건 교수와 나눈 생의 마지막 대화를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두 신학자가 삶과 죽음과 신에 대해 나누는 성찰의 무게도 묵직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와 교감이 따뜻하게 와 닿는다. 김치영 교수는 평소에 강단에서 선포했던 것처럼 죽음과 고통을 담담히 내 것으로 받아 누리며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평생 고심해온 질문들에 하나 둘 답을 구하며….

  이 책은 보통 고통 끝에 종래에는 암을 이기고 건강을 회복하는 그런 극적인 암투병 관련 책들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신앙인으로서 끝까지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것과 맥을 같이 하여 죽음을 앞두고 다시 성찰해 본 여러 가지 신학적 주제들은 딱딱한 신학 이론의 틀을 벗고, 구체적인 삶의 정황 가운데 생생한 호흡을 얻고 있다.


오늘도 아버지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아버지가 너무 말씀이 없어서 일부러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몇 가지 질문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고통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는 요즘 머리 속에 온통 고통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자꾸 통증이 오니까 어쩔 수 없이 ‘고통’이 가장 친숙한 주제가 되는구나.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겪는다. 고통은 사고를 통해 오기도 하고, 병을 통해 오기도 한다. 살면서 우리는 덜컥 어떤 고통을 당하게 되는데, 그것은 피할 수 없다. 고통을 겪는 것은 기독교인도 예외가 아니다.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차이가 없지. 그러나 고통에 임해서 기독교인이 가져야 될 차이가 있다. 기독교인에게 고통은 육체의 고통으로 끝나야 한다. 우리는 고통이 올 때, 신음할 수 있다. 고통을 호소할 수도 있고… 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불평과 절망이 되고, 그 고통이 허무감으로 연결된다면 이는 불신앙이다.”-<고통> 중에서-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능행/도솔/2005)


  “삶을 누렸듯이 죽음도 누려라!”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선고받은 사람들의 마지막 삶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 정토마을 비구니 능행스님의 외침이자, 메시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을 누려야 하는가. 그것은 죽는 순간이 아니라 지금이 순간의 삶을 말한다. 바로 지금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두 달 앞두고 급성 위암을 판명 받아 약혼자와 함께 정토마을로 온 스물여섯 살 아가씨의 눈물겹고도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군인의 아내로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모두 박사로 키웠지만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자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들이 잘 돌보지 않아 외롭게 이 세상을 떠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 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불교계이건만 정작 묻힐 곳이 없어 기독교 묘지에 묻혀야 하는 한 스님의 이야기, 모든 것을 용서하고 비로소 평화롭게 떠나는 한 여인의 마지막 순간 등 그들에게는 한순간이라도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순간들이 책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그려지고 있다.

  늘 죽음을 접하면서도 능행은 매번 사람을 떠나보낼 때마다 좌절하고 절망하여 운다. 떠나는 사람마다 생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여 고통스럽게 떠나기 때문이다. 떠나며 남긴 그들의 표정과 여운을 이렇게 글로라도 남기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능행도 병석에 누워 자신을 정리하다가 지난 세월 몸과 마음이 아플 때마다 적어놓았던 노트의 메모들을 발견하고는 누군가 이런 수행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원고들을 모으고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실제 에피소드로 그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순간의 기록이자 우리들 미래의 시추에이션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 죽음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능행은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묻고 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이상해/문학동네/2003)


  세계적 밀리언셀러 작가, ‘소설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소설이다. 평범한 하루하루, 더 나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미래, 좌절된 꿈 때문에 인생의 꿈을 잃어버린 베로니카는 삶을 버리고자 결심한다. 그러나 네 병의 수면제를 들이키고 다시 눈을 뜬 곳은 정신병원 ‘빌레트’. 그곳에서 그녀는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베로니카가 ‘이제 다시 살아볼까’하고 마음먹을 무렵에, 그녀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린다. 그토록 죽으려고 애썼던 베로니카지만 10일 후로 못 박혀 정해진 죽음을 똑딱이는 시계나 쳐다보며 기다린다는 것은 무리다. 두렵다.

  일주일 남짓한 생의 시간 속에서,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과 선택치 않은 죽음 사이에서 사랑을 알게 되고, 생을 빛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명성에 걸맞는 열정이 깃든 시적인 문체로 생의 드라마를 이끄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이다. 깊은 감동을 느꼈다”라고 평한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5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죽음과 광기가 소재이지만 사실 삶과 열정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4.3 장애


 

앨리슨 래퍼 이야기

(앨리슨 래퍼/노혜숙 옮김/황금나침반/2006)


  “방금 태어난 아기 말이죠. 상태가 끔찍해요. 팔다리가 없고 붉은 점이 얼굴을 뒤덮고 있어요. 차라리 작은 괴물이라고 해야 할 판이에요.” 산모는 병실에서 왜 아기를 보여주지 않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고, 간호사는 이 산모가 ‘작은 괴물’의 엄마인 줄도 모르고 아기와 관련된 병실 밖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 대영제국 국민훈장과 세계여성성취상을 받은 여성구족화가 겸 사진작가 앨리슨 래퍼(41)의 자서전 ‘앨리슨 래퍼 이야기’는 이렇게 살풍경한 묘사로 시작된다. 현재 그는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아 ‘살아있는 비너스’로 불리지만, 출생 당시는 양팔은 없고 다리는 짧게 붙어 있는 ‘해표지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 책에 그려진 그의 삶은 차별과 편견과의 싸움으로 점철돼 있다.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마주쳤던 비장애인 교사들의 무지와 몰이해, 딸의 출생을 ‘신의 형벌’로 받아들였던 어머니에게서 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결혼 이후 돌변한 남편의 상습 폭행, 2년 만의 이혼, 임신 소식을 알리자 중절수술을 강요했던 남자친구 등 래퍼에게 인생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퍼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감상적인 태도를 내비치지 않는다. 과장 없는 어조에는 강인한 정신력이 묻어나온다. 자신의 결함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자세는 감탄스럽다. 특히 적극적 성격과 사회성이 그의 성장에 얼마만큼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는가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힘들다면 나를 보라”는 그의 조언은 그래서 더 성큼 마음에 다가온다.


 

그래, 네 마음은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단다

(이상재/상상공방/2006)


  미국 피바디 음대 최초의 시각장애인 음악박사이자 클라리넷 연주자인 이상재씨의 육아일기인 이 책은 자식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장애인 아버지’의 애틋함이 가득하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이씨는 첫 딸을 낳고부터 줄곧 시각장애인용 음성인식 컴퓨터로 육아일기를 써 이번에 책을 냈다.

  지은이는 동료 장애인 3명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34개 학교를 도는 순회공연 연주회를 2005년부터 시작했다. 이 순회공연의 이름은 ‘희망으로 콘서트’.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테너 최승원 씨와 가수 박마루 씨,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이희아 씨가 이 콘서트의 멤버이다.

  이 책에는 아직 어려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애 끊는 심정이 그려져 있다. 평생을 벗 삼기로 마음먹었다는 장애였지만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정성과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아끼고 사랑한다 해도 아빠가 장애인이라는 그 큰 상실감은 결코 치유될 수 없을 거라는” 자책감 때문이다. “네 마음은 눈을 감고도 볼 수 있지만 네 고운 입술은 볼 수 없다”는 탄식 등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사연들이 진솔한 고백에 담겼다.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나의 존경은 그들의 성공이나 명성에 연유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상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자기 인생 하나 치다꺼리하기조차 벅찬 세상에서 장애인으로 그런 성공을 거두려면 정상인보다 몇 배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인간의 최종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사랑이다. 나는 이상재박사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과 희생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이외수(소설가)-


 

손끝으로 느끼는 희망-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삶

(페터 헤프/박정미/사람과책/2006)


  지은이는 태어나 세 살이 되기까지 말문이 늦게 트이는 것이려니 생각했을 뿐 청각장애인 줄 알지 못했다. 청각장애야 학교에서 수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기계를 조립하는 기술자가 되었다가, 수도원으로 가서 마음의 평화를 구하지만, 스물아홉이 되던 해 시각장애가 그를 덮쳐와 절망한다.

  상실, 절망과 어둠을 결국 지은이는 희망으로 극복한다. 절대 고독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아우성은 곧 자신과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어냄으로써 정체성을 찾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된 과정을 찾는다. 가장 불행할 때 자신을 찾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지혜의 순례자 이야기이다.


나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데다 귀머거리이고 눈도 잘 안 보였지만, 체념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단지 내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구속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했다. 특히 나를 가두고 있는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해야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피터 헤프, 너는 할 수 있어. 아직 희망이 있어. 자, 이제 게으르지 말고 늘 긴장하며 지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야!’-본문 127쪽 중에서-

출처 : 상처입은 치유자.
글쓴이 : 작은 모래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