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심리학 ◈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준비

우야씨의 일상 2008. 12. 9. 10:04


좋은 부모,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가 된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부모됨의 준비를 갖추지 않은 채로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매스컴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내다 버리는 부모, 낳은 아이의 양육을 뒤로 하고 자신의 삶만을 우선시 하는 부모, 심지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는 부모 등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곤 하여 많은 부모된 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가 되는 준비교육을 받았더라도 이러한 행동을 했을까?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초등학교 1학년과 5살 된 어린 두 자녀를 남겨두고 자살을 함으로써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 본인은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아직 세상을 모르는 두 자녀는 누가 돌봐주어야 한단 말인가? 부모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단 부모가 되기로 결정하여 부모가 되었다면 태어난 자녀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의 참모습일 것이다.

부모라는 ‘역할’은 평생 바꿀 수도 없고, 그만둘 수도 없다. 르 매스터스(Le Masters)는 많은 부부들이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매우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부부가 결혼하면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되고, 그에 따라 쉽게 부모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준비 없이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말이다. 또한 이것은 그만큼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준비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즐거움과 보상을 받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부모역할은 단순하지도 않으며 극히 사소한 일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일까지 양적ㆍ질적으로 다양하고, 더욱이 현재와 같이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의 부모역할은 자녀의 연령에 관계없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아동의 지위도 과거 수동적인 입장에서 보다 능동적인 입장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부모역할은 더욱 발 빠르게 변화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오늘날의 부모들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부모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수없이 많은 후회를 한다. 좀 더 일찍 자녀의 발달적 특성을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좀 더 일찍 자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더라면 등등! 자녀를 양육하면서 할 수 있는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후회하지 않도록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모됨의 준비교육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는 준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점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부모가 되기 전에 과거 우리의 부모들이 가졌던 부모역할이나 부모됨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나 부모가 되고, 자녀를 낳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부모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족유형이 등장하고 있고, 꼭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 층들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결혼을 했다고 해서 누구나 자녀를 출산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DINK족(Dual Income, No Kids: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가 없는 가족유형)의 출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 자녀의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부모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부모역할을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부모가 되기 전에 획득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부모기로의 전이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부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부모기로의 전이는 부모에게 새로운 책임과 과업, 다양한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역동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부모가 처한 상황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이는 시간 경과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처음 부모가 된 사람들은 가사를 공유하고, 임신 동안 태어날 아기에 대해 부부가 함께 생각하고,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공동으로 자녀양육을 담당하는 등 부모기로의 전이를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에 따라 성공적인 부모들은 부모기로의 전이 시기 동안 아기에 대한 양육 협력체계를 이루기 시작한다. 양육 협력체계는 도구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서적 요소들도 지니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연인으로서의 친밀감이 아기의 탄생으로 인해 감소된 것에 대한 부분적인 보상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부모는 성숙하고 완벽한 존재이며 자녀는 부모에 종속된 미숙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 자녀에게만큼은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부모도 단점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역할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잘못되었다고 되돌아가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부모가 되기 전에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에 대해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셋째, 부모가 되면 자녀와 자연스럽게 애정적인 관계를 발달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자녀 관계는 매우 역동적이다. 부모-자녀 관계는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다른 인간관계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애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친밀한 접촉을 통한 상호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반대의 관계로도 발전할 수 있다. 더욱이 요즈음의 부모-자녀관계는 혈연적 유대감의 운명적인 관계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선택적 관계로서 정서적ㆍ상징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부모의 사랑이 밑받침되어야 하지만 부모도 원초적인 사랑을 성숙된 사랑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과 이러한 사랑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을 배우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의 자녀는 다른 부모의 자녀들과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지구에서 함께 숨 쉬며 생활한다. 누가 누구보다 잘 나고, 못났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자신의 자녀는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자유로울 때 올바른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태어날 자녀가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자녀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줄까, 어떤 아이로 자라나게 해줄까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 때 우리는 준비된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열린부모교육학회 조성연(호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