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저조하여, 이 상태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지는 민족이 된다니 마음 아픈 일이다. 한편, 전쟁과 산업화 등 어려운 시절을 살아 온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층이 예전에 비해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정은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나의 어머니의 경우도 2003년에 뇌졸중을 앓으신 후 후유증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항상 긴장상태로 살고 있다. 노인의 건강문제는 개개인의 고통을 벗어나 이제는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치매 경우, 2008년 치매유병율 조사결과에서 65세 노인인구의 9%로 추정하고 있으며, 치매 전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의 경우는 65세 노인인구의 1/4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도 인지 장애나 치매를 노인에게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미국의 켄터키 대학교 의료원과 샌더슨-브라운 노화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가 1987년부터 시작한 노화 관련 대규모 학제 간 프로젝트에 관해 쓴 글을 모아서 발간 한 『우아한 노년』은 노년기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모든 노인들이 걸리는 병은 아니며, 알츠하이머병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밝혀 낸 다섯 가지 사실들을 다음과 같다. 첫째, 젊었을 때 어휘력이 풍부했던 사람이 오래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노화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셋째, 젊은 시절의 긍정적인 성향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일상의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하여 몸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건강한 노년을 위해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항목이 다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시절 풍부한 어휘력을 언급한 부분이다. 이는 책읽기를 강조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책읽기가 생활화되면 노화의 진행 속도도 낮출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 KBS에서 5월에 방영된 <읽기혁명>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글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상한 신체 반응들을 보이고, 바쁜 현대인들은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 못하는 독해력 이상 증세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시대가 만들어낸 병으로 읽기 장애를 진단하며, 치매를 치료하는 뇌 회춘법으로 책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늙어가는 우리의 뇌를 회춘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뇌에 인지적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는 것인데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한다. 또한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치매예방법으로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도록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내가 근무하는 인제대학교를 포함하여 많은 대학들이 1학년 기초 및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양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글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등 의사소통교육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이 변화의 이면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기본소양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책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쓰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일찍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입시준비로 학생들은 책을 읽는 시간에 영어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 따라서 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책읽기는 매우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책은 재미없고, 읽어도 그 의미를 모르는 수면제처럼 느껴진다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작업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개인력을 조사해보면, 엄마와 같이 책을 읽거나 함께 활동을 하기보다는 비디오나 TV 시청을 오래 하였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것이 단조로운 언어, 사고의 장애 등이다. 우리는 시청각 자료나 교육을 통해서 이미 책읽기의 중요성이나 책읽기를 소홀히 했을 경우의 위험성을 다 알고 있다. 단지 여러 이유로 책을 읽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며, 부모들은 아이와 책을 같이 읽고 서로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요즘 같이 맞벌이가 생할화될수록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몸이 힘들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좋은 습관이 필요할 시기에 부모로서 무엇을 해 주었나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된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아침 일찍 직장으로 출근하면 아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 집에서 생활하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나 또한 힘든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그 흔한 동화책조차도 제대로 읽어주지 못했던 것이 항상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읽기 혁명>에서 소개된 아동의 모습에서 읽는 것을 힘들어 하고 여전히 읽기에는 서툰 둘째 아들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서문에서 저자 E. H. Carr는 어린 시절 매일밤 잠자리에서 세계역사를 읽어준 엄마로부터 역사의 눈을 뜨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연 나는 아들에게 무엇에 눈을 뜨게 했는지 궁금하다. 혹시 아파트 평수, 돈, 차, 잘사는 것 등 물질에 연연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 보이지 않지만 일평생 함께 하는 책읽기의 아름다운 습관을 세 살 적부터 습관화하도록 해주어 아이가 풍부하고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글_ 열린부모교육학회 양영애 교수(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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